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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정규과정 제2기]박민규 작가와의 만남
  • 작성자최고관리자
  • 등록일2011.01.14
  • 조회수1242
  • 행사분류 번역아카데미
  • 행사기간2009.12.07 ~ 2009.12.07
  • 개최지Korea

지난 2009년 12월 7일(월) 오후 3시.

한국문학번역원에 아주 귀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 분은 바로....

그 분은 바로....

 

 두둥-!

박. 민. 규.

 

 

박민규 작가님은 좀처럼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분이라고 하시던데,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여러분들을 위해서는 흔쾌히 발걸음을 해 주셨습니다.

사실 저도 섭외(?)를 하면서 '과연 한 번에 수락을 하실 것인가'하는 걱정이 앞섰었는데요, 

작가님의 "좋습니다. 가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듣고는 "아싸!"를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가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는 인천토박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의외로 울산태생.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직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레문학상까지 거머쥠으로써 일약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한다.

이후 이효석문학상(2007), 황순원문학상(2009)등의 수상과 대중적인 인기를 통해

문학성, 대중성을 두루 겸비한 작가로 인정받게 되고, 저서로는 『지구영웅전설』,『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핑퐁』, 그리고 2009년 출간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있다.

 

 

 

"박민규. 1968년산이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로 말문을 연 박민규 작가님은,

"실은 지금이 자는 시간입니다.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문학세계라고하면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냥..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봐주시면 최대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유롭게 질문 해 주세요. 편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미리 접수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박민규 작가님께 질문이 이어졌고,

작가님은 약속하신대로 아직 잠 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주셨는데,

특히 이 날은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제2기 수강생 이외에도 특별과정과 단기집중과정 수료자 중 몇 분과 

독어권의 지도를 맡고 계신 안드레아스 쉬르머 교수님까지 자리를 함께 해 주셔서 보다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갈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과 동년배의 한국인으로서 작가님의 작품을 너무 쉽고 재미있게 읽었는데, 번역가의 입장에서는 작가님의 작품이 매우 난해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을 뵙기 전에는 작품을 일필휘지로 한 번에 써내려가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뵙고 나니 연필로 여러 번 썼다 지웠다하면서 글을 쓰는 스타일이신 것 같아 일견 속았다는 느낌도 드네요.

궁금한 게 여러가지 있는데 우선,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처럼 어렵소..질세라..이런 식으로 속도감 있게 써 내려간 문장들은

실제로 그런 부분을 쓰실 때도 일필휘지로 속도감있게 쓰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작품을 쓸 때 어떤 그림을 떠올리고 그것을 완성해 나갑니다. 뭔가가 쏟아져 나올때까지 기다리죠. 그게 모티브이든 뭐든 뭉게뭉게 구름이

피어오를 때까지 기다려요. 그것이 충분히 피어올랐다 싶으면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냥 그렇게 써요. 그리고 성격 상 한 번 쓰면 잘 안 고칩니다.

실제로도 퇴고를 거의 안 합니다. 애드립 하듯이 쓴다고할까요? 그럼 느낌이예요."

 

 

 

"저도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땐 굉장히 즐거웠지만 막상 번역을 하려고하면 작가님이 어떤 생각을 하며 이 문장을 썼을까, 혹은 이 단어를 골랐을까,

궁금한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저희는 번역가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드리는 질문인데, 작가님 작품 중에 해외로 나갈 만한

작품을 하나 고른다면 그게 어떤 작품이 될까요?"

 

"저는 작품이 번역된다고 하면, 번역하시는 분이 작품의 절반정도는 생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각각 상징체계도 문자체계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전 번역이라는 말보다 엄밀히 말해서 창작이라는 말이 더 맞다고 생각해요. '이 작가가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닌, '이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번역이라고 믿어요. 즉, 작가의 원문을 중시하기보다는 작가의 사유와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는 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히.

그리고 번역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게 아니라 가장 번역이 되었으면 하는 작품을 고르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카스테라」예요. 다른 작품들은 전업작가로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문제도 조금씩 섞여 있었지만 카스테라는 제 개인의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고요, 앞으로 조금씩 여건을 더 많들어가면서 이런 개인의 작품을 더 많이씩 해 나갈 작정입니다." 

 

 

"「카스테라」를 잘 읽었습니다. 그 작품을 읽고는 주인공이 윙윙-소리가 나는 냉장고에 집중했듯이 저도 제 자취방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봤어요. 제 조그만 방에서 가장 거슬리는 무생물은 무엇일까,라는 상상을 해 봤는데 제 경우엔 냉장고가 아닌 세탁기였습니다. 이처럼 소설은 그것을

읽음으로써 또 다른 상상을 하게끔하는 연결고리로서 작용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문학이 이윤창출이 아닌 우리가 근본적으로 가진 상상력,

혹은 세상과 사물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작가님의 작품 중 「대왕오징어의 기습」을 공부했어요. 공부하면서, 이 작품에서 대왕오징어의 모티브는 이윤창출과 무관한 상상의 세계는

아닐까, 그리고 문학의 힘을 빌어 현재의 약육강식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작가님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제 추측이 옳은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제가 글을 쓰면서 느꼈던 정서와 매우 비슷해요. 저는 문학이란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진화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을

조금씩 조금씩 개선시키고 반성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도구가 바로 문학인거죠. 현재 쓰고 있는 OOO소재의 장편을 위해 자료를 찾다가도

참 재미있는 정보들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자료들을 말이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았다는 얘긴데, 그렇지만 (문학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아주 미세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노력이예요. 요즘은 예전과 비교해서

세상이 꽤 많이 좋아졌는데 이게 다 많은 분들이 먼지같은 힘을 보태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민규 작가님과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은 예정했던 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습니다.

 

질문을 귀담아 듣고 있는 박민규 작가님.

 

 답변도 열정적으로 해 주셨습니다.

 

 

준비된 행사가 끝난 후에는 원하는 분들이 자유롭게 서명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사진촬영 시간!

박민규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을 번역하고 계신 안드레아스 쉬르머 교수님의 모습.

 

 

박민규 작가님과 함께 한 독어권 수강생 여러분들.

앞으로 더 훌륭하고 다양한 독일어 번역본이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박민규 작가님과 함께 한 영어권 수강생 여러분들.

영어권에서도 1학기 동안 두 분이 박민규 작가님의 단편,「낮잠」을 영어로 번역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어렵게 자리해주시고 쏟아지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신 박민규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작가와의 만남>스케줄 변경에도 불구하고 자리해 주신 모든 수강생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요.

박민규 작가님과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가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박민규 작가와의 만남]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제2기 1학기 두 번째 작가와의 만남

-일시 : 2009. 12. 7(월) 15:00-17:15

-장소 : 한국문학번역원 지하 1층 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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